차경춘 93세에 쓴 소설 '배롱꽃은 피고 지는데'

    작성 : 2025-09-16 09:16:56
    해방 전후 격동기 민중들의 삶 조명
    자전적 '실화소설' 처연한 아름다움
    "오래된 우물물처럼 깊고 맑은 서사"
    ▲ 차경춘 소설가와 장편소설 『배롱꽃은 피고 지는데』

    93세 원로 소설가 차경춘이 쓴 장편소설 『배롱꽃은 피고 지는데』(서석刊)가 최근 출간됐습니다.

    이번 신작은 제목이 말해주듯 인생의 순환과 순간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여름 한철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며 처연한 아름다움을 발하는 배롱꽃은 우리 삶의 본질과 단면을 보여줍니다.

    이 소설은 해방 전후 격동기 한국사회의 시대상이 작가의 삶 속에 투영된 자전적 '실화소설'에 가깝습니다.
    ◇ 인민군에 끌려갔다가 극적인 탈출
    1932년 일제강점기 전라남도 곡성에서 태어난 작가는 청년기에 여순사건과 6·25동란, 4·19, 5·16 등 잇단 혼란 속에서 자신에게 닥쳐오는 운명의 순간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6·25 때 인민군에 끌려갔다가 미모의 여자 인민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탈출한 극적인 장면은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의용군으로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고향에 돌아와 은신하던 중 우연히 그 여인과 극적인 재회를 하며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전개됩니다.

    뿐만 아니라 사범학교를 나와 검정고시를 거쳐 중등학교 화학교사로 교직생활을 하면서 겪은 갖가지 일화들이 절제된 문장 속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 소설의 경계를 뛰어넘은 서사
    자전적 형식을 빌은 탓에 소설의 경계를 뛰어넘어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점도 특징입니다.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관련된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사실을 삽입함으로써 '이야기로 푸는 현대사'의 서사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전편에 걸쳐 삶의 통찰이 녹아 있는 이 작품은 아흔살이 넘은 노 작가의 집필이라는 점에서 더욱 감동을 줍니다.

    오랜 세월 한 줄 한 줄 정직하게 써 내려간 그의 문장은 비단을 직조하듯 씨실과 날실로 평생의 서사를 담아낸 듯하다는 게 문단의 평가입니다.
    ◇ 한의학에도 조예 한약방 운영
    소설가인 김영두 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회장은 "문장은 절제되어 있지만 마치 오래된 우물물처럼 깊고 맑으며 감정은 조용하지만 결코 얕지 않으며 서사에는 삶의 무게가 스며 있다"며 "장면 하나하나에는 누군가의 인생이 아로새겨진 듯한 체취가 있다"고 평했습니다.

    한편 차 작가는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했으며 전남여고 교감, 목포공고 교장, 전남 교육청 장학사 등을 역임했습니다.

    또한 한의학에도 조예가 깊어 은퇴 후 한보당 한약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서석문학' 시로 등단했으며 아시아서석문학 '자랑스런문학인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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