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애 개인전…“수몰된 초등학교에 건네는 작별인사”

    작성 : 2025-10-07 09:39:33
    -《 In Between 》주제, 10일까지 전시
    -잃어버린 장소와 시간에 대한 기록
    -전주 한옥마을 공유공간planC에서
    ▲《 In Between 》전시포스터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청년 시각예술가 박정애(Revi) 작가가 오는 10일까지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대안문화공간 사용자공유공간planC 에서 개인전 《In Between》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댐 건설로 인해 물속에 잠긴 작가의 유년 시절 공간을 영상, 설치, 회화 작업으로 기록하며, 깊이 잠겨있는 희미한 내면의 감각들을 마주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은 전북 진안군 상전면 주평리 1240 번지로, 작가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주평초등학교가 있었던 자리입니다.

    이 곳은 오래전 용담댐 건설 사업으로 인해 원주평교가 그 자리를 가로지르고, 용담호의 일부가 되어 이제는 GPS 좌표로만 남아있습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 학교를 다니며 익숙했던 공간이 '이주'와 '보상'이라는 단어 속에서 파괴되고, 흩어지고, 수몰되어 가는 변화 과정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댐 건설 이후 학교는 사라졌지만 잔존하고 있는 희미한 감정들을 마주하며, 작가는 "물리적으로 사라진 장소를 상실했다고 인정하기엔 어렸기에, 그 감정을 감당할 수 없어 차라리 잊기를 택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회고합니다.

    ▲ 전시장 내부 전경

    이번 전시는 그 희미하고 불편했던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 보기 위한 여정의 결과물입니다.

    작가는 오래된 지적도를 찾아보며 수몰된 학교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는 등 내면의 기억을 선명하게 되살리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내면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따라가며, 국가사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인이 감내해야 했던 상실감과 애도되지 못한 감정들을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작가는 "불편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비로소 애도하고, 작별하고, 제대로 인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작업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오랜 여정의 끝에서 내가 만난 것은 여전히 살아있는 '주평'이었다"며, "이번 전시는 잃어버린 장소와 시간에 대한 기록이자, 이제야 건네는 나의 인사"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 개인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서 시대와 지역의 이야기로 확장해볼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작가의 시선을 따라 사라져 가는 것들을 지켜봐야 했던 순간들을 함께 경험하게 되며, 그러한 응시 너머에 남아있던 상실 이후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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