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업 참여를 거부하는 의대생들에 대한 대규모 유급 처분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간 교육계에서 가장 우려해 온 '의대 1학년 트리플링(tripling)'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24·25학번의 계속된 수업 거부로 인한 유급으로 내년도 1학년에만 26학번을 포함한 3개 학번이 겹치면 무려 1만 명이 넘는 학생이 동시에 수업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7일 정부가 내년도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기로 결단한 것도 일단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을 더 끌어올려 유급 규모를 최소화해야 '트리플링'이란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대학은 1만 명에 달하는 학생의 동시 수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의대 교육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의료인 배출에도 상당한 지장을 주는 만큼 올해는 반드시 학생들이 돌아와야 한다는 게 정부와 대학의 공통된 주장입니다.

교육부는 이날 "24·25·26학번이 겹친다면 24·25학번은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기 어려울 수 있고, 돌아오더라도 원하는 교육을 못 받을 수 있다"며 "이는 협박이 아니라 팩트를 말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트리플링 대책과 관련해 "(시기를 넘겨) 나중에 돌아오면 교육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며 "학생들이 다 복귀한다면 트리플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지난 15일 의대생들에게 보낸 알림문에서 "2025학년도 1학기 유급 시한 전에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24학번, 25학번 입학생의 분리 교육은 불가하거나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각 의대는 지난해 집단 휴학한 24학번이 올해 1학년 '더블링(doubling)' 대책으로 요구한 24·25학번 분리 수업안을 수용한 상황입니다.

교수 충원은 물론 강의실, 실험실습실 시설 확충 등도 상당 부분 마쳤는데, 내년에 3개 학번이 겹치면 이런 대책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는 게 대학 측 판단입니다.
한 의대 관계자는 "현 교육 여건은 당초 증원 규모에 맞춰 놓은 것으로, 24·25학번 분리 수업까지는 어떻게든 가능하다"며 "하지만 3개 학번이 겹치면 이들 학년 수업은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일부 대학은 트리플링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학칙 개정 등을 통한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아대는 내년 수강신청 시 26학번 신입생이 우선 신청하도록 학칙을 바꿨습니다.
26학번에 우선권을 주고 남는 자리가 있으면 25학번에 주는 방식으로 학번을 분산 배치한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24·25학번은 수업을 듣고 싶어도 수강신청 자체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강신청을 할 때 신입생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 유급자는 수강신청 때 뒷순위로 밀리게 하는 등의 방식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많은 대학이 그런 학칙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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