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거리마다 성탄절 분위기로 들떠있지만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오늘이 그저 수 많은 기다림의 날 중 하루였습니다.
성탄이다 연말연시다 세상은 떠들썩하지만
팽목항에서는 차디찬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의 빈 자리만 더 크게 느껴지는 때입니다.
이동근 기자의 보돕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는
성탄절의 기쁨과 달리 팽목항은
오늘도 매서운 바닷바람이 몰아 칩니다.
거리엔 화려한 빛의 크리스마 트리가
걸리고 신나는 캐롤이 울려 퍼지지만
팽목항 등대길은 모진 눈보라를 견디며
노란 리본만이 나풀거립니다.
성탄이나 연말이다 세상은 떠들썩한데도
팽목항은 아직도 4월 16일 참사 그날 그대롭니다.
남편을 찾지 못한채 안산으로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팽목항에
남은 유백형씨는 오늘도 등대길을 찾았습니다.
이맘때면 가족들이 모여 케?에
촛불을 켜고 새해를 소망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남편의 빈자리가 한없이
크기만 합니다.
인터뷰-유백형/세월호 실종자 가족
"계획도 세우고 소망 그런 얘기들 덕담도 나누고 했는데 올해는 남편도 없고..가슴이 허망하고 너무 마음이 아파요"
아홉달째 진도에 머루고 있는 권오복씨는
그리운 동생과 조카를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이 끊기고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세월호의 아픔도 지워져가는 것이 못내
아쉽고 섭섭하지만 새해에도 팽목항을
떠나지 않겠다며 마음을 다 잡습니다.
인터뷰-권오복/세월호 실종자 가족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니까 해결되는 걸 봐야 한다는 생각만 있고 다른 생각은 없어요"
그나마 세월호 상처를 함께 나누려는
온정의 손길이 아직 식지 않아 가족들에게는 큰 위안입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건강과 식사를 챙기며 가족을 잃은 아픔을
조금이나마 나누려는 훈훈함이 매서운
한파를 달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민선/광주전남 시민상조모임
"어째든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인데 생각보다 사람도 없고 그래서 마음으로 너무 쓸쓸한 생각이 드네요"
참사의 아픔으로 혹독했던 한해가 어느덧
저물고 있지만 가족들은 기다림과 소망도 기약이 없는 새해가 그저 막막할 뿐입니다.
kbc 이동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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