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어린 자녀와 건강이 안 좋은 새어머니가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의지할 친척도, 도움을 줄 기관도 없는
이들을 위해 이웃에 사는 고려인들이 아이를 함께 돌보자며 먼저 손을 내밀어 추운 겨울 따뜻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정경원 기자입니다.
조문객도 없는 텅 빈 장례식장,
타들어가는 향 옆에 유족들만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오전, 평소 심장 질환을 앓아오던 고려인 51살 김유리 씨가 갑자기 쓰러져 숨졌습니다.
남은 가족은 14살 아들과 10살 딸, 그리고 6년 전 재혼한 부인 장 모 씨.
하지만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져야 할
장 씨는 파킨슨 병을 앓고 있어 아이들을 돌보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한국에 들어온 지 반 년도 안 된 이들은
가까운 이웃들 외에는 의지할 친척도 없는 상황입니다.
갑작스런 비극에 생계까지 막막해진 이들을 위해 결국 한 마을에 사는 고려인들이 나섰습니다.
다들 형편이 좋진 않지만, 커가는 아이들에게 자꾸만 마음이 쓰인 나머지 이 가족을 위해 생활비를 분담하고 아이들 역시 이웃들이 함께 돌보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싱크-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
"애들 문제가 걸릴 때는 어떤 사람이라도 마음이 아파서 이렇게 나와요. 우리가 책임지고, 희망 가지고 다 돌봐주려고..."
남편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기도 전에 당장 치러야 하는 장례비에, 앞으로의 생계까지 걱정하던 부인 장 씨는 일단 한 시름을 놓았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준 고려인 이웃들 덕에 이제는 아이들을 잘 기를 수 있겠다는 희망까지 갖게 됐습니다.
싱크-故 김유리 씨 부인/
"그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좀 편해요. 믿어요, 제가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또 한 명의 부모의 입장에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던 이웃 아이,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이웃의 아이를 훌륭하게 길러내기 위해 마음을 모은 고려인마을이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따뜻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kbc 정경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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