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67살 크리에이터 김영혜 "종심(從心) 이르러 내 인생의 봄이 시작됐다"

    작성 : 2025-04-19 10:00:02
    췌장염 고생, 갱년기 우울감 등 숱한 고비
    영상과 글쓰기 통해 즐거운 인생 2막
    '고운 시니어가 되고 싶은..' 유튜브 운영
    광산구 동네 방송 홍보서포터즈로도 활동
    [남·별·이]67살 크리에이터 김영혜 "종심(從心) 이르러 내 인생의 봄이 시작됐다"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 서빛마루 도서관에서 포즈를 취한 김영혜 씨

    "이제야 내 인생의 봄이 시작된 것 같아요. 지금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편안한 상태입니다."

    광주광역시 서구 서빛마루 시니어센터에서 만난 67살 크리에이터 김영혜 씨는 "6남매 집안의 맏며느리로서 시부모님 봉양과 세 자녀 키우느라 숨 가쁘게 살아왔다"라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뒤늦게 배운 영상과 글쓰기를 통해 하루하루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라며 벚꽃처럼 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녀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집 근처 시니어센터에 나와 몸과 마음을 단련하며 '인생 2막'을 활기차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니어센터에는 도서관, 강의실, 카페 등을 갖추고 있어 하루를 보내기에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 첨단지구 봄꽃을 촬영하는 모습

    ◇ 시니어센터에서 몸과 마음 단련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온 그녀에게 삶의 변화가 찾아온 것은 세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난 후 여유가 생기자, 평소 배우고 싶었던 영상을 공부하면서부터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사진 촬영을 좋아해서 영상에 관심이 많았죠.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디지털 배움터'에서 줌(zoom)을 이용해 키네마스터와 같은 편집 프로그램을 배웠어요."

    비록 나이는 들었어도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은 그녀는 이후에도 광주 미디어센터에서 영상편집, 시니어센터에서 시니어 크리에이터 과정을 이수하며 차츰 실력을 쌓아갔습니다.

    그리고 유튜브에 '고운 시니어가 되고 싶은…'이라는 제목으로 계정을 만들어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올리고 있습니다.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에 재주를 가진 그녀는 "바느질이나 뜨개질 영상을 올렸더니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아이들에게 엄마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다"며 "주변에서 모두 부러워한다"라고 전했습니다.
    ◇ 영상 촬영, 편집, 내레이션까지 소화
    그녀는 올해 2월부터 시니어 일자리의 일환으로 광산구 동네 방송 홍보 서포터즈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4명이 한 팀을 이뤄 1년간 30개의 행사나 축제 등 홍보영상을 제작해서 동네 방송에 올리는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 동네방송 홍보서포터즈 팀원과 함께

    지금까지 업로드한 영상은 '첨단동 대보름 달집태우기', '매화 군락지 등 봄꽃 맞이 탐방', '식목일 행사' 등 3건인데, 그녀는 영상 촬영, 편집, 내레이션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녀는 "홍보서포터즈로 선정되었을 때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도전과 성장의 기회가 될 것 같아 마음이 설레었다"라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처럼 봄날 같은 시니어 인생을 펼쳐가는 그녀이지만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굽이굽이 고비가 적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위장이 좋지 않아 연례행사로 위내시경을 해야 했으며, 40대 초반이던 2000년에 급성 췌장염이 발생해 오랫동안 식이요법과 약을 달고 살아야 했습니다.

    게다가 50대 초반 갱년기에 깊은 우울감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암담했지만 그럴 때마다 세 자녀를 생각하며 용기를 내어 꿋꿋이 버텨냈습니다.

    다행스럽게 자녀들은 잘 자라주었고 지금은 모두 가정을 꾸리고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어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 40여 년 가계부 작성 '기록왕'
    무거운 짐을 덜어버리고 홀가분해진 그녀는 최근 글쓰기를 배우면서 지나온 삶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시니어센터에서 이명란 작가의 지도로 시와 수필 등 문학 수업을 3학기째 수강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제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었어요. 5학년 때 '봄'을 주제로 시를 지었는데 담임선생님이 잘 썼다고 칭찬해 주신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 서빛마루 테라스에서 인터뷰중인 김영혜 씨

    그녀는 유달리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기록왕'입니다.

    결혼 전 남편과 1년 1개월간 사귀었는데, 데이트한 날에는 반드시 시간과 장소, 대화 내용과 느낌 등을 일기장에 남겼는데 그 일기장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혼 후 지금까지 꼬박꼬박 가계부를 기록해 추후에 지출이나 중요한 가정사를 확인하는 데 요긴하게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여정을 산문으로 기록하고 싶다"라며 "앞으로 글쓰기 실력을 연마해 삶의 기록을 남기는 게 작은 소망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종심(從心)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야 내 인생에도 봄이 왔음을 알겠다"라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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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글
      이글 2025-04-19 10:49:08
      정말 멋지십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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