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리함이 당연해진 시대, 청년들은 오히려 낡고 불편한 것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합니다.
이에 KBC는 <청년, 오래된 새로움>이라는 타이틀로 빠름보다 깊음을, 가벼움보다 묵직함을 택한 청년들이 아날로그를 즐기는 방식을 따라가 봅니다.
◇ '불편한 낭만'을 켜는 시간
음악을 듣는 일은 어느 때보다 쉬워졌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스트리밍 앱을 켜면 알고리즘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순식간에 추천합니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원하는 곡을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 대신 일부러 불편한 방식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무거운 LP를 꺼내 먼지를 털고, 턴테이블에 올린 뒤 바늘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습니다.
좋아하는 곡을 골라 듣는 대신 음반의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차례로 감상하기도 합니다.
시간과 손길이 필요한 과정이지만, 청년들은 그 속에서 디지털 음악과는 다른 즐거움을 발견합니다.

◇ 알고리즘 끄고 비틀즈를 켜다
1962년 데뷔한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비틀즈.
60년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젊은 세대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음악에 익숙한 Z세대가 오래된 음악을 직접 찾아 듣는 모습은 아날로그 열풍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인기곡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과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찾아 나섭니다.
마치 땅을 파듯 음악을 깊이 탐색한다는 뜻의 '디깅(Digging)'입니다.
알고리즘이 골라주는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는 대신, 자신만의 취향을 직접 발견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음악을 듣는 행위가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잡음마저 내 취향…소유 음악의 매력
음악을 직접 찾아 나서는 즐거움은 LP와 CD 같은 실물 음반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래 너무 좋아하면 갖고 싶어요."
LP를 수집하는 대학생 송 모(23)씨의 말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구독을 해지하면 음악에 접근하기 어려워지지만, 직접 구입한 LP는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습니다.
음반을 손으로 만지고, 표지를 감상하고, 자신만의 공간에 소장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송 씨는 "원하는 구간만 골라 듣는 스트리밍과 달리 LP는 첫 트랙부터 차례로 들어야 한다는 점이 오히려 음악을 온전히 소비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재생 과정에서 들리는 특유의 잡음도 LP만의 매력입니다.
깨끗하고 정교한 디지털 음원과는 다른, 아날로그 특유의 불완전한 소리를 즐기는 것입니다.
◇ 상반기에만 94만 장…다시 커지는 LP 시장
LP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실제 판매량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LP 판매량은 93만 7,173장으로 100만 장에 육박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인 54만 8,977장의 약 1.7배에 달합니다.
2023년 42만여 장, 2024년 47만여 장에 이어 꾸준히 성장하던 LP 시장이 올해 들어 더욱 빠르게 확대된 것입니다.
이 같은 성장에는 K팝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과거 재즈와 클래식, 오래된 팝 음반을 중심으로 소비되던 LP를 이제는 방탄소년단과 에스파, 르세라핌 등 인기 K팝 가수들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잔나비와 아이유 등 국내 뮤지션들의 LP 역시 수집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LP가 단순히 과거의 음악을 듣는 수단을 넘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소장하고 즐기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청년들이 찾는 것은 낡은 음반만이 아닙니다.
직접 고른 음악을 손에 쥐고, 오래 간직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상하는 경험입니다.

◇ 오래된 음악감상실, 새로운 공간으로
LP에 대한 관심은 음악을 듣는 공간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SNS에서는 오래된 음반 가게를 찾아가 진열대 곳곳을 살피고, 마음에 드는 음반을 발견한 경험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눈길을 끕니다.
오래된 음악감상실 역시 아날로그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대구의 '하이마트 음악감상실'과 광주의 '베토벤 음악감상실'입니다.
1957년 문을 연 대구 하이마트 음악감상실은 6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독일어로 '고향'을 뜻하는 하이마트는 한국전쟁 이후 음악을 통해 지친 마음을 달래던 공간에서 출발했습니다.
오랜 세월 쌓인 음반과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에서 음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빠르게 음악을 넘겨 듣는 대신, 자리에 앉아 한 곡 한 곡 감상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광주의 베토벤 음악감상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82년 문을 연 이곳은 광주 시민들과 오랜 시간 음악을 함께해 온 공간입니다.
오래된 음반과 아날로그 음악감상실 특유의 분위기는 디지털 시대에 익숙한 청년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런 공간에서 음악은 단순히 흘러가는 소리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귀 기울이는 대상이 됩니다.
청년들이 낡은 턴테이블과 오래된 음악감상실에서 찾는 것은 단순한 과거의 추억이 아닙니다.
직접 고르고, 만지고, 귀 기울이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지금의 취향입니다.
편리함을 잠시 내려놓고 불편함을 즐기는 청년들.
청년들에게 아날로그는 낡아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낡았기에 더욱 새롭게 다가오는 문화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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